이정명 - 악의 추억

※ 스포일러 있음
악의 추억
이정명 저
예스24 | 애드온2

어느덧 직장인이 된지 3개월이 되어 간다. 예전같으면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서 짧은 휴식을 가지고는 다시 잠에 드는 삶에도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그 탓인지 근 반년동안 취업활동이나 출근이다 해서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그나마 읽은 것이 댄 브라운의 신작인 "로스트 심벌"...

난 대개 책을 한타에 끝까지 읽어버리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로스트 심벌의 경우와 같이  짬짬히 조금씩 읽어나가는 데는 익숙치 못하다. 때문에 엄청 재밌게 읽은 기억만 전부일뿐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한번 더 읽고 리뷰를 쓸 생각.

어쨋든 오랜만에 맞은 여유있는 주말이다 싶어 모처럼 소설 좀 읽었다. "바람의 화원"과 "뿌리깊은 나무"로 주목받은 "이정명"의 신작!

비도 추적추적 오는 이 날씨에 화이트 데이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남들은 고생을 사서하는 이 판국에 홀로 고즈넉한 자취방에 눌러앉아 따뜻한 홍차와 함께 마음의 양식이라는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기는 나...(응?)



  • 이야기는 안개가 짙은 뉴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마와 그를 쫓는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말 자체는 충격적이긴 하지만, 내용 중반부터 결말에 대한 힌트를 여기저기 흩뿌리고 다니기 때문에 생각만큼 놀라지는 않게 된다. 다만 나같은 경우에는 원래 공상이 심한 편이어서 살인마와 경찰의 사고가 뒤바뀐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설마 몽유병이었을 줄이야;;
  • 스토리 전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른바 "의사기억". 한마디로 인간은 무의식중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며,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것을 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기억을 조작해 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진실이라 굳게 믿는다.
  • 이야기 중반 빈 농가에서 벌여지는 데니스 코헨과 크리스 매코이의 총격은 결론적으로 매코이 혼자 머리속에서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하면 매코이는 그것을 현실로 믿고 있으며, 굳이 말하자면 매코이는 의식세계의 자신으로서 무의식세계의 데니스 코헨과 대화를 한 것. 자신은 분명히 찍었다고 했던 데니스 코헨의 사진에 검은 허공밖에 찍혀있지 않았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으리라.
  • 담고 있는 분위기도 그렇고 주제도 그렇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소설 "향수"나 영화 "파이트 클럽"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무의식중 자신도 모르는 제 2의 인격을 만들어 낸다던가,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모토로 한 인간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 등 상당히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때문에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도 느껴지는 끈적함과 개운치 못함. 마무리는 깔끔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마치 영화 추격자를 봤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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