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이 아니라 100분 말장난이네...

실로 오랜만에 100분 토론을 본방으로 시청했다. 시간이 12시로 바뀐걸 모르고 11시부터 TV앞에 죽치고 있다가 10분이 되도록 시작을 안하길래 편성표를 봤더니 12시 크리;;

했다하면 화제가 되는 MB 정부인지라, 현안도 한두개가 아니다. 내걸린 주제는 지난 1년 동안의 평가라고 하지만 저질러놓은게 좀 많아야지...날치기 국회개편, 쇠고기, 대운하, 용산철거민, 촛불시위 과잉진압, 코드인사, 떡검, 몰아주기, 날치기 법안상정, 미디어법 관련, 일제학력고사 부활... 제목만 말해도 숨찰 정도다.

MB쪽 패널로는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한나랑 나경원 의원이 나왔고, 야당쪽 패널로는 민주당, 민노당, 자유선진당에서 하나씩 나왔다. 우선 2시간 가까운 관전평을 인물별로 간단히 해보자면,

박형준(청와대) : 오해
나경원(딴나라당) : 화합,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박영선(민주당) : 했던 소리 하고 또하고...
김창수(자유선진당) : 뭔가 말했었나?
이정희(민주노동당) : 여성 패널중에 TOP, 발언기회가 적었던 것이 아쉬울뿐

총평은, 한마디로 말장난뿐인 100분 토론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2달쯤 전이었나, 난데없이 영어문장 해석이나 하고 자빠졌던 쇠고기 문제 100분 토론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MB쪽은 어떻게든 핵심은 요리조리 피해가고 논점을 흐리게 만들면서 딴얘기를 해서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림으로서 시간을 끌려고 한다.  반대쪽은 나름 물량공세를 펼치기는 하지만 핵심을 콕콕 찌르지 못하고 MB쪽 패널들의 시간끌기식 토론에 휘말려서 결국 이렇다할 결론은 쥐꼬리만큼도 내지 못한채 프로그램은 끝난다.

오늘은 이정희 의원의 발언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다 쓸모없는 말장난의 연속일 뿐이었다. 박영선 의원이 공격을 하면 홍보기획관은 "오해다" 나경원 의원은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이야말로 화합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고..."라는 소리만 반복한다. 이정희 의원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들을맛이 나는, 모 대학 총장님 말씀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감칠맛 나는 논객이었다. 여성 패널 중에는 처음인 듯.

표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이정희 의원이 공세를 퍼부으면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은채 '공격할테면 해봐라...난 chaff 뿌리고 기만전술 쓸거셈' 생각을 하던 나경원 의원의 표정이 굳어지더라. 마치 유시민 의원을 연상케 하는 다단계 공격. "몇가지"로 시작하는 카운터 어택에 땀을 삐질대다가도, 선진당에서 나온 웬 이름모를 의원님이 어눌한 말투로 공격을 하면 도리어 힘을 되찾고는 반격을 해온다. 도대체 이 분은 왜 나온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을 따름...이건 뭐 팀킬도 아니고;;

이래저래, 남은 건 하나도 없는, 기대에 지극히 못미치는 100분 토론이었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예전에는 알게 모르게 야당쪽 패널들 은근슬쩍 도와주시기도 하시고 그러시더니만 요즘은 좀 뜸하신게...쩝. 유시민 의원이랑 노회찬 의원이랑 최재천 의원이랑 이정희 의원이랑 4명이서 드림팀 구성해서 한번 제대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실현 불가능한 꿈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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