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악의 게임, "천랑열전"

이제 슬슬 서울상경의 때가 다가오고 있는지라 짐정리도 할겸 방 대청소를 했다. 책장 뒤나 서랍뒷공간 등에 숨겨져있던 과자 봉지, 시디, 책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난잡하게 널부러져 있던 책들도 정리하면서 청소를 하자니 시간이 꽤 걸린다. 하여튼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레어 아이템...바로 게임 "천랑열전" 패키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천랑열전 패키지. 가죽표지가 인상적이다.


인기 만화작가인 박성우의 원작인 "천랑열전"의 인기를 등에 업은데다 당시로는 신기술에 속하던 카툰 렌더링의 도입, 몽환적인 분위기로 화제를 자아냈던 메인OST 배경음악까지, 천랑열전은 출시전까지만 해도 와레즈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던 국내 PC게임의 기대주로 불렸던 녀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제일 맘에 드는 일러스트


게임내용은 제껴두고서라도 일단 패키지 구성에서 상당히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일단 큰 박스케이스와 기품이 넘치는(?) 가죽표지로 시작해서, 인스톨 시디 2장와 플레이 시디 1장도 모자라 OST 시디까지 동봉해주는 센스. 덧붙여 원작자인 만화가 박성우의 자필싸인, 30여페이지의 컬러 메뉴얼, 60페이지가 넘는 설정집까지... 요즘같이 쥬얼화되어버린 패키지들에 비하면 양이나 질 모든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마그나카르타와 함께 동반몰락을 겪게 된다. 그 이유를 추려보고자 한다. 그것도...

간.단.하.게

째가 심각한 수준의 "버그"이다. 카메라 컨트롤이 안되서 허허벌판에서 대화가 진행되는 건 예사요, 이모티콘이나 말풍선이 캐릭터 위치와 전혀 동떨어진 곳에 출력되기도 하고, 맵에 캐릭터가 끼어버리는 현상은 다반사였으며, 줄바꿈이 전혀 되지 않아 대사창도 모자라 화면밖으로 튀어나가버리는 대사출력, 이벤트 진행중 똑같은 동작을 무한반복하는 캐릭터, 전투시 빈 공간에 공격이 가능하거나 심지어 팀킬까지 가능한 시스템, 전투 중 아이템을 장착/해제 시 사라지거나 무기의 능력이 캐릭터에게 흡수(!?)되는 현상 등등등등등등등......................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버그열전"이라 불렸을까.

버그이미지

▲ 허공에다 칼질하는 월하랑


둘째는 바로 그토록 자랑하던 "그래픽"이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던 "카툰 렌더링" 기법을 내세워 홍보를 했으니, 원작으로서의 느낌을 최대한 느끼고 싶었던 게이머들에겐 제대로 먹혀든 셈이었다.

하지만 카툰 렌더링의 장점이나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유아틱한 그래픽은 금세 시들해지고, 오히려 그래픽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버그양산의 주범으로 활약(?)하게 되버렸다. 거기다가 결정타로 "라데온" 계열의 그래픽 카드 사용시 게임진행이 원할하지 않고 심하면 실행 자체가 안되는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발매 초기에 게이머들에 의해 이런 점이 밝혀졌음에도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떠한 패치도 되지 않았다. 뭐 어차피 패치되도 안할꺼지만...

셋째는 "완성되지 않은 게임"이었다는 점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원작 "천랑열전"의 주인공은 연오랑과 월하랑 2명이다. 하지만 게임은 연오랑 위주로만 진행이 되어 아쉬움을 자아냈더랬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중간중간 흐름이 끊어지고 월하랑이 지나치게 격하된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는데, 이러한 기우를 증명이라도 하듯 등장한 패치.

바로 "월하랑 패치"!!!!!! 1, 2차 버그패치 이후 나온 패치로서, 또다른 주인공인 월하랑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패치였다. 게임의 밸런싱이나 버그패치도 아닌 "스토리 추가" 패치라니...길지도 깊지도 않은 게이머 인생이지만 패치로 스토리를 추가한 경우는 "천랑열전"이 아마 유일할 게다. 이쯤되면 패치가 아니라 "확장팩"이 아닌가...

가람과 바람이 씰에서 보여준 능력은 이런 것이 아니였었는데...지금이야 잊었지만 그때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출시일을 앞당긴 경영진 탓이라느니, 개발진 사이에 분쟁이 생겨 팀원 일부가 팀을 나갔다는 루머도 있었고...하여튼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었던 만큼 온갖 루머와 소문이 많았더랬다.

어쨋든...한마디로 "쓰레기"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전혀 주저되지 않을 정도의 게임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버그열전"이라고 불린 "천랑열전"과 "만들다마라따"라고 불렸던 "마그나카르타"가 비슷한 시기에 출시해 똑같이 망한 것이 국내 PC 패키지 몰락의 시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AVGN

▲ 씨바 머 이딴 게임이 다있어!


생각같아서는 AVGN에게 던져주고 싶을 정도로 똥같은 이 게임에도 딱하나 맘에 드는 것이 있었다면, 바로 O.S.T였다. 그 중에서도 오프닝에서 사용된 "월하연서(月下戀書)"라는 곡이었다. 라그나로크, 그라나도 에스파다, 악튜러스 등 주옥같은 게임의 BGM을 제작해 유명해진 SoundTemp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만든 노래라고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신비스럽고 몽환적인 멜로디와 선율이 매력적인 곡이다.



과거야 어찌되었건...그래도 돈주고 산 게임인데 엔딩을 보지 못한게 못내 찜찜해서 엔딩이나 볼까하고 설치를 한 후(다행히 지금쓰는 VGA는 지포스다 휴...) 패치를 다운받을려고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 메뉴얼에 적힌 천랑열전 홈페이지로 들어갔는데...

천랑열전 홈피

▲ 응? 이게 뭐야?


이럴수가!! 홈페이지 자체가 사라지고 도메인은 이상한 포털사이트로 포워딩 된 상태였다. 아무리 망한 게임이고 게이머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기로서니...홈페이지 자체를 폐쇄해버리다니 -_-;; 이런 무책임한 짓거리를 봤나... 어쩔수 없이 그리곤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를 찾았다. 그래도 양심이 있지... 여기엔 있겠지.

그리곤 홈피

▲ 다양한 볼거리 좋아하십니다


이건 뭐 말이 안나온다. 패키지 게임 소개에 천랑열전이 있는건 좋은데 유령사이트로 전락해버린 천랑열전 홈페이지 링크는 수정도 안되어 있는데다, 고객센터에서는 패키지 게임 메뉴조차 없어진 상태다. 이쯤되면 막장이 아닌가...욕도 많이 먹고 겜도 망했으니 에라 모르겠다라는 식인게다. 이런 개념을 하와이로 이민보낸 놈들을 봤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리곤 고객센터에 메일도 보냈지만...일주일이 다되도록 답변조차 없다. 서비스 불가라는 답이나마 해주면 차라리 맘이라도 편하겠구만...

어쩔 수 없이 어둠의 경로를 물색해봤다. 내가 쓰는 웹디스크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구석기시대도 찾을 수 있다는 당나귀 Razorback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지인의 말로는 그런 자료는 XX폴더와 같은 지극히 폐쇄적인 웹스토리지 서비스를 잘 찾아보면 의외로 짱박혀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데...씨바 귀찮아서 안하고 만다.

08.1.24(목) 08시 ☞ 아이러니하게도 심파일 자료실에서 2차 패치를 찾았다. 월하랑 패치는 끝내 못찾았음 ㅠ.ㅠ
08.1.25(금) 01시 ☞ 디시 고전게임 갤러리에서 드디어 패치있는 곳 GET~!! 감격의 물결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잊지 않겠다...


하여튼...가람과 바람...그리곤 엔터테인먼트...천랑열전...잊지 않겠다...

한줄요약 : 천랑열전은 그냥 소장만 해야지 ㅠ.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14

Trackback : http://kaka.pe.kr/trackback/109 관련글 쓰기

  1. BlogIcon hyangii 2008/01/24 08:34 address edit & del reply

    저런 시레기 게임이 있다니, 정말 소장용이구나 _-_

    • 카카달려 2008/01/24 23:16 address edit & del

      흑흑...그저 눈물이 앞을 가릴뿐

  2. ㅎㅎ.. 2008/02/01 19:56 address edit & del reply

    저희 집에도 있는데..
    이거 히로인 나올 때 튕기는 현상 때매 말이 많았던..
    뭐 전 암것도 몰라서 돈만 날렸지만 당시에 무슨 상품권? 그런걸 주는걸로 알아요. 보상으로..

    • 카카달려 2008/02/03 05:09 address edit & del

      헐...전 그런거 못받았는데 ㅠ.

  3. BlogIcon rince 2008/02/02 00:00 address edit & del reply

    저..런 게임이 있었단 사실도 몰랐네요 ㅠㅠ

    • 카카달려 2008/02/03 05:09 address edit & del

      모르시는 편이 좋은겁니다 ㅠ.ㅠ

  4. 홍이랑 2008/02/26 02:41 address edit & del reply

    헉 패치어디서 받앗어요? 궁금하네요

    • 카카달려 2008/02/26 14:23 address edit & del

      http://down.clubbox.co.kr/sadoseja/a18j8

      여기서 받았습니다 *^^*
      추천꼼수를 사용하시면 저정도 다운받을 포인트는 손쉽게 구할수 있으실듯~

  5. 만들다마라따 2008/07/09 17:01 address edit & del reply

    만들다마라따 그거 해봣는데 ㅋㅋㅋ 쩔드라구요 아 그리고 저 천량열전 패치 월하랑 등 다받았는데 ㅋㅋ 버그 장난이...

    • 카카달려 2008/07/09 22:10 address edit & del

      제목대로...정말 제 생애 최악의 게임이었죠.

  6. 명탐정올챙이 2008/11/21 13:03 address edit & del reply

    패치를 하면 버그가 사라지나요? 저도 그것을 사고나서 버그 땜에 포기하고 버렸는데.... OTL...... 아놔.... 뭔 게임 하나 제데로 플레이 해볼려고 하는데, 사람을 힘들 들게 하나....

    • 카카달려 2008/11/22 06:03 address edit & del

      안사라집니다. 하지 마세요.

  7. 만들다말았다 2010/03/04 10:10 address edit & del reply

    전 "버그나깔았다" 이걸로 알고있었다는 ㅋㅋ
    이것도 겜을 진행못하게하는 버그가 많았죠 ㅋㅋ
    월하랑 패치는 안해본거 같은데 아무튼 저도 기대했다가 5번째장에선가 접었던 ㅡㅡ

    • 카카달려 2010/03/15 07:47 address edit & del

      마그나카르타는 살려다가 돌아가는 꼬라지 보고 접었죠;;
      참 잘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prev 1 ... 53 54 55 56 57 58 59 60 61 ... 152 next